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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의 진화적 의의와 연구동향
이름 : 표준성과학산팀 | 작성일 : 2017.11.07 | 조회수 : 3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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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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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의 진화적 의의와 연구동향

 

 

김천아 / 서울대학교

 

 

[목 차]

 

1. 선형염색체와 텔로미어의 진화

2.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

3. 다양한 생물의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

4. 초기 진화 당시 텔로미어 유지기작 및 결론

5. 참고문헌

 

 

[요약문]

 

선형 염색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끝부분이 DNA 수리 기작에 의해 치료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DNA 중합효소는 끝 부분을 완전히 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염색체는 세포 분열이 진행됨에 따라 짧아지게 된다. 진핵생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텔로미어라는 구조물을 발명했다. 텔로미어는 일반적으로 역전사 효소인 텔로머레이즈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연상에는 훨씬 다양한 텔로미어 유지기작이 존재한다. 진화 과정에서 텔로머레이즈를 잃어버린 개체, 자연적으로는 텔로머레이즈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텔로머레이즈 비-의존적인 대안적 기작(ALT)을 획득할 수 있는 개체, 개체 내에서 후천적인 변화로 스스로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능력을 획득한 암세포의 존재 등 다양한 텔로미어 유지기작의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텔로미어 유지기작 진화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 동향리포트에서는 ALT 기작이 처음 보고된 암 세포부터 다양한 모델 동물과 자연계까지 널리 발견되는 ALT 기작을 소개하고, 진화적 의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1. 선형염색체와 텔로미어의 진화

 

 진핵생물의 탄생 과정에서 하나의 원형 염색체가 여러 개의 선형 염색체로 나뉘는 전환이 일어났다. 선형 염색체의 탄생 이유에 대해선 많은 가설이 존재하는데,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1차 감수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교차(crossover)가 원형 염색체에 일어나면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잘못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서 선형염색체에 비교 우위가 생겼다는 가설이다[1]. 이렇게 선형염색체를 얻게 된 진핵생물은 교차를 통해 유전정보를 교환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탄생한 선형염색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세포에 내재한 두 가지 위협을 극복해야만 했다. 선형염색체의 끝부분은 원형 염색체가 끊어진 형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진화 과정 중 선형염색체가 최초로 등장했을 때, 세포는 선형염색체의 끝부분을 DNA 손상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선형염색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DNA 손상을 인지하는 치료 기작이 선형 염색체 끝부분을 서로 연결하지 못하게 막는 특별한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2,3]. 또한 DNA 중합효소는 구조적으로 복제를 시작하기 위해 RNA 프라이머(primer)의 3’ OH가 필요하므로 복제를 끝내고 프라이머가 제거된 가장 끝부분을 완전히 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말단-복제 문제”라고 부르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끝부분부터 점점 짧아져 유전정보 소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그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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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선형염색체의 두 가지 문제

 

 

 

 선형염색체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핵생물은 염색체 끝부분에 DNA-단백질 복합체인 텔로미어(telomere)를 도입하여 보호하는 전략을 채택하게 되었다[5]. 텔로미어 서열에 결합하는 단백질 복합체는 끝부분을 DNA 손상 신호로부터 보호하고, DNA 중합효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텔로미어를 복제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끝부분이 점진적으로 짧아지는 것을 막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식은 텔로머레이즈(telomerase)라는 역전사 중합효소(reverse tranase)를 이용하여 끝부분을 복제하는 방식이다[6].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이 기작은 텔로머레이즈가 자체적으로 가진 텔로미어 주형을 이용하여, 역전사 방식으로 염색체 끝부분에 특정 염기서열, 인간의 경우 TTAGGG을 반복적으로 붙여 텔로미어를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텔로미어 염기서열을 특이적으로 인지하는 DNA 결합 단백질들이 합쳐져 DNA-단백질 복합체인 텔로미어를 완성하게 된다[7]. 

 

텔로머레이즈를 이용하여 끝부분을 보호하는 전략은 진핵생물에 널리 퍼져있다[8]. 따라서 이 전략은 진핵생물의 진화 초기에 나타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텔로머레이즈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예외적인 생물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인 모델 동물인 초파리가 속한 파리목(Diptera)은 진화 과정에서 5번의 독립적인 텔로머레이즈 손실이 있었다[9,10]. 초파리는 텔로머레이즈 손실로 유지하기 힘들어진 기존의 텔로미어 반복서열을 레트로트랜스포존 (retrotransposon)으로 대체하여 새로운 텔로미어를 형성했다[11]. 또한 파리목 깔따구과의 곤충인 키로노무스 텐탄스(Chironomous tentans)의 경우에는 350 bp 가량의 반복 서열이 텔로미어를 형성한다. 파리목뿐만 아니라 양파에서도 375 bp 가량의 반복 서열과 rDNA 서열이 텔로미어를 형성한다(그림 2)[12]. 즉, 텔로머레이즈를 통한 유지기작이 끝부분을 유지하는 유일한 기작이 아니며,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모델 동물을 넘어 다양한 종의 염기서열이 규명되고 있는 현재의 흐름에 미루어 보면 텔로머레이즈가 아닌 방식으로 텔로미어를 형성하는 ‘예외적인 종’ 항목은 점점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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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ALT의 다양한 사례들

 

 

 

 

 텔로머레이즈가 텔로미어를 형성하는 기작은 세포 주기에 따라 잘 조절되며, 형성된 텔로미어를 보호하기 위한 단백질의 결합 및 상호작용 역시 다양한 조절 인자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어 움직인다[13]. 그렇다면 이를 대체하는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은 기존의 조절 네트워크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조절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까? 어떻게 텔로머레이즈를 잃어버린 이후 빠르게 새로운 조절 네트워크로 전환 될 수 있었을까? 본 동향리포트에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최근까지 다양한 모델 동물과 암세포에서 수행된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 연구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2.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

 

 염색체 끝을 감싸는 단순한 물리적 보호막으로만 여겨졌던 텔로미어는 ‘세포 타이머’ 기능이 밝혀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14]. 단세포 생물에서 처음 발견되어 모든 세포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텔로머레이즈 활성이 다세포 생물의 경우 일부 제한적인 세포군에서만 나타났다[15]. 따라서 텔로머레이즈 활성이 없는 대부분의 인간 체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는 세포 분열을 거듭함에 따라 짧아져 중요한 유전정보가 손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텔로미어가 특정한 역치 이하로 짧아지면 텔로미어가 숨겨주던 끝부분이 DNA 손상 부위로 인지되어, P53, P21 등과 같은 일련의 체크포인트 단백질의 작동으로 세포가 더 분열하지 않고 멈추는 세포 노화(cellular senescence)가 나타나게 된다[16].

 

세포 노화는 개체의 수명을 제한하는 부정적인 현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세포 분열 횟수를 제한하여 세포의 이기적인 분열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세포의 조절 신호를 무시하고, 무제한으로 분열하는 암세포의 경우 세포 노화를 무력화하기 위해 텔로미어 타이머가 켜지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17]. 실제로 체세포에서 유래한 많은 암세포에서 텔로머레이즈 활성이 관찰되었다[18]. 이러한 발견은 암세포의 핵심 기작인 세포 분열 능력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연구자가 텔로머레이즈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암을 제어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텔로머레이즈는 암세포가 텔로미어 타이머를 제어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다. 텔로머레이즈 활성 없이도 계속 분열할 수 있는 암세포들이 속속 발견되었고, 텔로머레이즈 비-의존적인 방식으로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기작을 총칭하여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Alternative Lengthening of Telomeres, 약어로 ALT)라 명명하였다[19].

 

현재까지 수행된 인간 암세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텔로머레이즈 활성이 없는 암세포가 10~15% 가량 존재한다[20]. 특히 간엽 조직(mesenchymal tissues)에서 유래한 육종 암(sarcoma)세포에서는 텔로머레이즈 활성이 없는 세포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며, glioblastoma multi-forme(GBM), pancreatic neuroendocrine tumors (PanNET)에서도 ALT 발병 확률이 높다(그림 3)[21-23]. 이렇듯 특정 조직에서는 ALT가 암세포 텔로미어 유지기작의 중요한 기작일 뿐만 아니라, ALT 발병 확률이 높지 않은 암세포의 경우에도 텔로머레이즈 억제제를 처리하게 되면 ALT 활성을 가진 세포만 살아남을 수 있다. 실제로 인간 대장암세포에 텔로머레이즈 억제제를 처리한 경우 ALT 암세포가 나타났으며[24], 쥐에서 텔로머레이즈를 지속적으로 억제하였을 때도 ALT 활성을 가진 암세포가 나타났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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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ALT 암 발병 확률이 높은 조직

 

 

 

ALT는 어떤 방식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는 것일까? 모든 ALT는 같은 방식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ALT 기작 연구는 주로 인간 골육종(osteosarcoma) 유래 암세포인 U-2 OS 세포주와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암으로 형질전환시킨 몇 종류의 세포주에서 수행되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ALT는 상동 재조합을 통해 텔로미어를 복제하며[26], 그 과정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작을 통해 변이 텔로미어 서열(주로 TCAGGG와 TGAGGG로 변형됨)이 본래 텔로미어 서열(TTAGGG) 사이사이로 끼어 들어가 다른 형태의 텔로미어를 구성하게 된다[27]. 새롭게 생겨난 변이 텔로미어 서열에는 본래 텔로미어 서열과는 다른 단백질이 결합한다. 핵 수용체(nuclear receptor) 단백질인 COUP-TF2와 TF4가 변이 텔로미어 서열과 결합하고, 뉴클레오좀 리모델링 단백질인 NURD-ZNF827 복합체를 끌어와서 ALT 텔로미어의 염색질 구조를 바꾼다[28]. 

 

변이 텔로미어 서열과 새로운 결합 단백질이 만들어낸 새로운 텔로미어 염색질은 DNA 손상 신호를 완전히 억제하는 본래 텔로미어 염색질과 달리 DNA 손상 신호를 완전히 막진 못한다. 텔로미어 결합 단백질을 완전히 제거하면 텔로미어 부위를 DNA 손상으로 인지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비-상동성 말단 접합(Non-homologous end joining) 기작이 작동하여 끝 부위를 하나로 연결하게 된다. 그런데 ALT 텔로미어에 내재된 DNA 손상 신호는 비-상동성 말단접합이 활성화될 정도로 극심하진 않지만, 상동 재조합이 작동할 수준의 적당한 신호가 되어, 이 기작이 텔로미어를 늘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29]. 

 

이러한 ALT 텔로미어 염색질의 변화가 실제 ALT 암의 발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상관관계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PanNET과 GBM 암 환자 샘플에서 수행된 시퀀싱 결과에 따르면, ALT 활성을 나타내는 암에는 ATRX 혹은 DAXX 유전자의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30]. 뉴클레오좀 리모델링에 관여하는 ATRX/DAXX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뉴클레오좀의 밀도를 낮추게 된다. 뉴클레오좀 밀도의 감소는 텔로미어 전사체인 TERRA의 증가로 이어진다[31,32]. TERRA의 기능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TERRA가 텔로미어 DNA와 결합하여 R-loop이라는 RNA/DNA hybrid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구조가 RPA 단백질과 같은 상동 재조합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세포 주기 동안 텔로미어 DNA에 더 오랫동안 결합하도록 하여 상동 재조합이 일어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된다[33,34].

 

따라서, ALT 암세포에서 최근까지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기작에 의해 ALT 텔로미어의 서열 및 염색질 구조가 바뀌게 되고, 그 결과 ALT 텔로미어는 상동 재조합이 일어나기 좋은 상태로 바뀌어 텔로머레이즈 비-의존적인 방식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게 된다[35]. 그러나 아직 모든 ALT 암세포가 공유하는 체세포 돌연변이나 세포 내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ALT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현상 안에 다양한 기작이 내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3. 다양한 생물의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은 암세포에서 처음 명명되었고, 암 치료의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기 때문에 주로 본래 기능이 망가져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ALT에는 초파리와 같이 자연적으로 텔로머레이즈를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개체 생식세포의 영속을 돕는 적응적인 측면 또한 존재한다. 그러므로 개체 수준에서 ALT의 활성 및 조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ALT의 통합적 이해를 위해 필수적이다. 널리 쓰이는 모델 생물인 두 종류의 효모(S. cerevisiae, S. pombe)와 예쁜꼬마선충(C. elegans)에서 텔로머레이즈가 결손되면 별다른 돌연변이 없이도 ALT 활성이 켜질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그림 4).

 

두 종류의 효모는 300 bp 정도의 텔로미어 서열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과 유사하게 G 염기가 풍부한 형태의 반복 서열이다. 효모의 텔로미어 서열도 마찬가지로 텔로미어 결합 단백질이 끝부분을 DNA 손상 신호로부터 보호한다. 텔로머레이즈 유전자가 결손된 경우에는 매 세대 5 bp 가량씩 텔로미어가 감소하고, 역치값에 도달하면 세포 분열이 멈추게 된다. 두 종류의 효모 모두 텔로미어로 인한 세포 노화를 극복하고, 다시 분열을 시작하는 생존 개체가 생겨난다. 이 개체는 ALT를 통해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게 되는데, 두 종류의 효모에서 각각 두 가지 방식의 ALT 기작이 나타난다[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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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다양한 모델동물의 ALT 활성

 

 

 

S. cerevisiae 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방식의 ALT는 type I, type II 생존자(survivor)라 불린다. 두 종류의 생존자는 ALT 활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종류가 다르며, ALT 활성 이후 형성된 텔로미어의 형태 역시 다르다. Type I 생존자의 경우 텔로미어 인접 서열인 서브-텔로미어에 위치한 Y′ element를 이용하여 ALT 텔로미어를 구성한다. 즉, 본래 텔로미어 서열이 Y’ element로 대체되게 된다. Type I ALT의 작동에는 상동 재조합에 관여하는 Rad51, Rad52, Rad54, Rad57가 필요하다. Type II 생존자의 경우에는 텔로미어 간의 상동 재조합을 통해 텔로미어 길이를 늘린다. 반복 서열 내에서 재조합이 일어날 때 흔히 발생하는 동일하지 않은 교차(unequal crossover)의 결과 본래 텔로미어보다 길이가 긴 텔로미어부터 짧은 텔로미어까지 다양한 길이의 텔로미어가 나타나게 된다. Type II ALT의 작동에도 마찬가지로 상동 재조합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관여하는데, Type I을 조절하는 조합과는 약간 다른 Rad50, Rad52, Rad59, MRN complex 등이 필요하다[38]. 

 

S. pombe는 원형 염색체가 되어도 생존에 문제가 없으므로, 텔로머레이즈가 결손된 경우 원형 염색체가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원형 염색체가 되지 않는 경우에 선형 염색체를 가진 두 가지 종류의 ALT 생존자가 탄생한다. 첫 번째 종류는 S. cerevisiae 의 Type II 생존자와 유사한 형태로 텔로미어 간의 상동 재조합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린다. S. cerevisiae와 유사하게 Rad52, MRN complex가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아직 많은 연구가 수행되지 않았다. S. pombe의 두 번째 ALT 생존자는 HAATI (Heterochromatin Amplification dependent And Telomerase Independent)라고 불린다. 이름에서 추정할 수 있듯이 HAATI 생존자는 이질 염색질을 주형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며, 대표적인 이질 염색질인 rDNA와 서브-텔로미어 부위를 이용한다. 복제된 rDNA 서열은 히스톤 아세틸기를 제거하는 HDAC과 텔로미어 단일 가닥 결합 단백질인 Pot1에 결합하는 단백질인 Ccq1을 불러들여 새롭게 만들어진 텔로미어 서열을 보호한다[39]. 

 

 HAATI 생존자의 텔로미어가 텔로미어 인접 서열로 대체된다는 점에서 S. cerevisiae 의 Type I 생존자와 유사하다. 또한 텔로미어의 특정 반복 서열을 인지하고 결합하는 단백질의 보호 기작이 중요한 텔로머레이즈 의존적인 유지기작과는 달리, 텔로미어 서열에 특이적이지 않은 이질 염색질 결합 단백질이 중요하다는 점은 초파리와 유사하다. 초파리의 경우 HTT element (HeT-A, TART, TAHRE 세 종류의 레트로트렌스포존으로 구성)로 텔로미어가 구성되어 있는데, HTT element 염기서열에 비-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이질 염색질 단백질인 HP1과 HP1 결합 단백질(HOAP, HipHop, moi)에 의해 텔로미어가 보호된다. 다양한 이질 염색질 지역 중에 왜 rDNA 혹은 서브-텔로미어 부위가 선택되어 복제되는지 기작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복제된 서열이 이질 염색질을 형성하여 DNA 손상 신호를 억제하는 기작이 ALT 텔로미어의 확립 및 유지에 중요함을 알 수 있다[40]. 

 

초파리의 진화 과정에서 ALT로 텔로미어 유지기작의 전환이 일어난 것처럼 다세포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에서도 이러한 전환이 유도될 수 있다. 예쁜꼬마선충의 텔로미어는 인간과 유사한 8 kb 가량의 TTAGGC의 반복 서열로 구성되어 있고, 텔로머레이즈가 결손된 경우 매 세대 150 bp 가량씩 텔로미어가 감소한다. 두 종류의 효모처럼 예쁜꼬마선충에서도 두 가지 방식의 ALT가 나타난다. 첫 번째 방식은 텔로미어 간의 상동 재조합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린다. 이러한 방식의 ALT가 활성화되려면 많은 개체 수가 필요한데, 단일가닥 텔로미어 결합 단백질인 POT-1이나 POT-2가 결손된 경우에 ALT 생존자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41,42]. 두 번째 방식은 서브-텔로미어 부위에 위치한 TALT (template for ALT)를 주형으로 하여 ALT 텔로미어를 구성하는 방식이다[43]. 이 방식은 기존 텔로미어를 새로운 서열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Type I 생존자, HAATI, 초파리와 유사한 방식이다. 다른 종의 경우처럼 TALT도 이질 염색질을 형성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상동 재조합 기작이 필요한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4. 초기 진화 당시 텔로미어 유지기작 및 결론

 

 텔로머레이즈가 진핵생물에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보아 선형 염색체 진화 초기에 나타났을 것으로 보이지만, 텔로머레이즈와 선형염색체의 등장이 동시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렵다[44]. 텔로머레이즈가 나타나기 전에 선형염색체가 등장했다면 원핵생물에 이미 존재했던 특정 기작을 사용하여 끝부분을 보호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실제로 원핵생물의 미토콘드리아나 바이러스 등에서 종종 선형염색체가 나타나며, 그 선형염색체를 보호하기 위해 상동 재조합, 레트로트랜스포지션(retrotranspoistion) 등의 방법으로 끝부분을 보호한다[45-47].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레트로트랜스포존 가운데 끝부분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텔로머레이즈가 등장하였을 것이고, 자연선택에서 우위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본 동향리포트에서 살펴본 ALT는 원핵생물 때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선형염색체 보호 기작과 유사하다. 텔로머레이즈가 진화한 후 ALT는 텔로머레이즈에 그 자리를 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ALT는 여전히 텔로미어에 위기가 발생하면 그 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백업’ 기작으로 세포 내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텔로미어 기능이 망가진 S. cerevisiae에서 레트로트랜스포존이 텔로미어로 옮겨가는 현상이 보고되었으며, CHO (Chinese hamster ovary) 세포에서도 LINE-1 레트로트랜스포존이 텔로미어로 옮겨가는 현상이 보고되었다[48,49]. 또한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인 HHV-6A, HHV-6B가 인간 세포에 감염될 때, 텔로미어 부위로 끼어 들어가는 현상은 텔로미어가 레트로트랜스포존을 포함한 서열이 끼어 들어가지 좋은 구조임을 시사한다[50]. 이러한 현상을 포함하여 앞서 살펴본 모델생물에서 텔로머레이즈가 결손된 후 ALT가 활성화되는 기작은 초파리, 양파 등의 텔로미어 진화 과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ALT가 단순히 백업 기작으로만 머물고 있을까? 아직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배아 발생과정에서 ALT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몇 가지 보고가 있다. 쥐의 배아 발생과정에서 2-세포기에서 텔로미어 길이가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이 과정이 상동 재조합 의존적인 방식으로 일어난다[51,52]. 그렇다면 발생 시기에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던 ALT가 텔로머레이즈 결손이 발생하였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활성화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생 시기의 상동 재조합 의존적인 텔로미어 조절 기작이 ALT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LT 기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리고 시작된 ALT 기작은 어떠한 방식으로 유지되는지 밝혀진다면 선형 염색체 진화의 중요한 고리 중 하나를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출처 :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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